'궁극의 군대', 강함을 가져오는 것은 기술인가 전략인가

 무엇이 강함을 가져오는가

 나는 오래전부터 난세의 인물, 국가의 흥망과 조직의 성패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생 때는 사회교과서를 읽으며 청나라의 양무운동과 변법자강운동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느꼈고, 고등학생 때는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둘러싼 인물들의 일화들에 흥분하며 동쪽 끝 섬나라 문명이 어떻게 부강한 근대국가로 스스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는지 궁금해했다. 대학 시절에는 『대국굴기』 같은 책을 읽으며 각국의 근대화 전략을 추적해보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같은 다소 허세가 가득한 지정학 매체를 구독하며 여러 대륙의 지정학적 현실에 대해 살펴봤다. 장교 생활을 마치고 학교 현장에 들어와서는,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과 학교라는 교육 조직, 생활 조직이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토머스 G. 맨켄의 『궁극의 군대』는 단순히 군사 서적으로만 읽히지 않았다. 학교 예산으로 이 책을 신청했을 때 진환이형이 이 책 말고 다른 책 신청하면 안 되겠냐고 했던 게 생각나는데, 사실 나는 이 책이 교육 서적으로도 꽤 탁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사실상 “어떤 조직이 살아남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제목만 보면 단순히 최강 무기를 가진 잘 싸우는 군대 이야기 같지만, 책을 읽고 나면 오히려 정반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강한 조직은 무기를 많이 가진 조직이 아니라, 변화가 왔을 때 자기 자신을 제대로 현실과 미래를 이해하고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해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조직이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강한 이유를 돈, 기술, 인구, 자원 같은 외형적 요소에서 찾는다(맵 자체가 사기이긴 하지).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다. 그러나 맨켄은 더 깊은 곳을 본다. 미국의 진짜 힘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을 단순히 사들이는 데서 끝내지 않고, 전략과 교리와 조직구조까지 바꾸어 왔다는 데 있다. 이런 미국의 진짜 힘이야말로 쉽게 배울 수도 없고 쉽게 가져올 수도 없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가 등장했을 때, 전쟁의 개념 자체가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군대를 많이 동원해 적을 점령하고 영토를 확보하는 것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핵 시대에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이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억지력이 더 중요해졌다. 지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분쟁과 북한의 핵 개발을 보면 이 문제는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약컨대, 핵무기의 등장으로 기존까지 유럽 대륙의 전쟁들을 지배했던 육군 중심 사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공군의 전략폭격, 해군의 핵잠수함, 미사일 전력, 상호확증파괴 같은 개념은 모두 여기서 나왔다. 반세기에 걸친 냉전이라는 세계 구도는 이 개념들에 기초해 전개됐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핵무기 그 자체가 아니다. 핵무기는 소련도 가졌고 중국이나 인도, 파키스탄 같은 다른 나라들도 가졌다. 중요한 것은 핵이라는 기술 변화에 맞춰 국가 대전략 전체를, 국제정치 전략 자체를 다시 짜는 능력이었다. 미국은 군의 역할, 외교의 방식, 산업 구조, 연구개발 체계까지 함께 움직였다. 기술 하나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가 움직인 것이다.

그 다음에는 정보혁명이 왔다. 컴퓨터, 위성, 정밀유도무기, 스텔스, 네트워크 기술이 등장하면서 전쟁은 또 한 번 달라졌다. 예전에는 더 많은 병력과 더 많은 탄약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누가 먼저 보고, 더 빨리 판단하고, 정확히 타격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걸프전에서 세계는 IT혁명에 기초한 미국의 새로운 군사혁명이 어떤 것인지를 목격했다. 압도적인 물량전이 아니라 압도적인 정보 우위가 전쟁을 끝내는 장면이었다.

여기서도 핵심은 장비 가격표가 아니다. 센서와 지휘체계와 통신망, 이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개념의 도출, 그리고 그것을 활용하는 훈련과 교리가 하나로 묶였다는 점이다. 총 한 자루, 비행기 한 대가 강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연결하는 방식, 그들을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로 최적화해내는 개념이 강했던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교육 현장을 떠올렸다. 학교도 비슷하다. 태블릿PC 몇 대 들어왔다고 미래교육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교실에 전자칠판이 설치되었다고 수업이 혁신되는 것도 아니다. 기술은 들어왔는데 교사의 역할은 그대로이고, 평가 방식도 그대로이며, 학생의 참여 구조도 그대로, 모두의 인식 구조가 그대로라면 그건 그냥 비싼 장비가 들어온 것뿐이다.

높으신 분들은 늘 착각한다. 물건을 사면 으레 자동으로 변화가 일어난다고 믿는다. 조선의 실질적 마지막 군주 고종은 집옥재에 사치스러운 서구 문물을 잔뜩 쌓아두는 것만으로 조선이 개화와 서구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그러나 실제 변화는 사람의 사고방식, 업무 흐름, 의사결정 구조가 바뀔 때 일어난다. 군대가 신무기를 들여왔다고 강해지는 것이 아니듯, 학교가 신기기를 들여왔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요즘 사람들은 AI 툴 하나 깔고 나면 대단한 경쟁력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코딩 강의 하나 듣고 나면 개발자가 된 듯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도구 소유가 아니라 사고방식 전환, 전략의 수립과 실천이다. AI를 어떻게 업무에 녹일 것인지, 어떤 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할 것인지, 무엇을 자동화하고 무엇은 인간이 맡아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사람도 하나의 조직이다.

『궁극의 군대』가 인상적인 이유는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이 책은 무기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학습 능력을 말한다. 강한 조직은 실패하지 않는 조직이 아니다. 실패 후에 학습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조직이다.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에서 미국 역시 많은 오류를 범했다. 완벽해서 강한 것이 아니라, 실패를 교리로 정리하고 다시 구조를 손보는 힘이 있었기에 강했던 것이다.

반대로 쇠퇴하는 조직은 과거의 승리에 취한다. “우리는 원래 잘해왔다”, “예전 방식이면 된다”, “새로운 것은 위험하다” 같은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미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역사에서 몰락한 국가들은 대부분 외부 충격보다 내부 경직성 때문에 무너졌다. 쉽게 수치로 비용-효과 산출이 가능한 경영학의 기법을 군사 문제에 도입하는데 성공하고, 편리한 폭격기 만능주의에 빠져 어떤 전쟁에서도 안정적인 승리를 자부하던 미국이 병력, 화력, 기술, 동원자원 모두 미국에 비해 형편없던 베트남전쟁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과거의 문제 의식과 성공 방식에 스스로를 가두어 새로운 전쟁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 패망하는 그때까지 메이지유신,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신화에 갇혀 있었다. 당장 청일전쟁에 패배한 청나라도 그랬다. 청나라는 만주의 초원에서 출발해 조선, 중국, 몽골과 중앙아시아를 제압하는 대제국을 이룬 자신들의 성공 방식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양란에도 망하지 않았다고 자부하던 조선도 그랬으며, 수많은 기업과 기관들도 과거의 성공 신화에 매몰된 채 사라졌다. 세상은 바뀌는데 자신은 그대로 있으려 한다. 결국 시대와 충돌한다.

나는 지금 우리가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본다. AI는 단순한 버즈워드가 아니다. 군사 혁명을 가져왔던 핵무기 등장이나 정보혁명에 비견될 만한 순간일 수도 있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이를 AI의 '오펜하이머 모먼트'라 표현한다.

누군가는 챗봇을 장난감처럼 쓰고, 누군가는 업무 자동화 도구로 쓰며, 누군가는 어플을 개발해 새로운 서비스 기업을 만들고 누군가는 아예 새로운 산업 구조를 만든다. 같은 기술을 두고도 결과가 다른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개인의 창의력, 조직의 적응력, 상상력의 규모와 전략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강한 사람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닐 수 있다. 빨리 배우고, 빨리 버리고, 다시 조합할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강한 조직도 규모가 큰 조직이 아닐 수 있다. 변화 속도에 맞춰 스스로를 재설계할 수 있는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 마치 손자병법에 나오는 '솔연'이라는 이름의 기민한 뱀처럼 말이다.

그래서 『궁극의 군대』라는 제목을 나는 조금 다르게 읽는다. 궁극의 군대는 최강의 탱크, 최강의 폭격기를 가진 군대가 아니다. 가장 많은 예산을 가진 군대도 아니다. 시대 변화 앞에서 자기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군대다. 지금 팔란티어는 미 정부, 정보기관, 미군과 밀착한 채 걸프전, 이라크 전쟁 때와는 차원이 다른 인공지능 군사 혁신을 이루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IT 엔지니어들은 장교가 되어 첨단기술로 미군을 훈련시키고 인공지능과 미군의 정보 자산을 하나로 이어 가공할 전투력을 창출하고 있다.

이 명제는 군대 바깥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궁극의 학교, 궁극의 회사, 궁극의 국가, 궁극의 개인도 결국 다를 게 없지 않을까.

변화를 읽고, 배움을 멈추지 않고, 필요하면 과거의 성공 방식까지 버릴 수 있으며 기존의 규제와 틀, 각종 한계, 바뀔 것 같지 않던 완악한 세계관, 크기와 규모의 한계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이 기동할 수 있는 존재.

그것이 지금 시대의 '궁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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