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산 교수님이 말씀한 '소프트 스킬'과 통찰•리더십

   어느덧 류청산 교수님을 뵌지도 8개월 정도가 지났다. 4월에 뵈었는데, 시간이 참 빠르다. 2학기도 기말고사가 1주일이 남아 내년에 유학을 위한 추천서를 받으려면 평가 결과를 잘 받아야 하는데, 시험공부하기가 싫으니 블로그에 또 기록을 남기게 된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공부할 것은 넘쳐나니 학문을 이루기란 얼마나 힘든 일이란 말인가.

  이번 시험 과목이기도 한 '빅데이터의 이해와 활용' 교재를 보면 가트너에서 데이터 과학자를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위해 정보 자산으로부터 인사이트를 추출하며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겸비해 하나의 팀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2012)은 데이터 과학자가 가져야 할 기술로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을 구분하는데, 하드 스킬은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기술적 지식으로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 통계학, 딥러닝, 머신러닝, 텍스트 마이닝 등을 지칭한다. 소프트 스킬은 빅데이터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통찰력(창의적 사고, 호기심, 논리적 비판), 스토리텔링, 시각화 등 전달 능력, 다른 분야 전문가와 소통·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데이터 과학자는 데이터를 이해하여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사람인데, 충분한 데이터 과학자를 찾기 어려워 대안으로 나타나는 시민 데이터 과학자는 통계학과 코딩 등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통계모형 및 예측모형 등을 체계적으로 만들 수 없지만 클라우드 등의 분석 도구를 이용하여 비즈니스를 혁신할 수 있다고 한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시대에 나온 과목에서 이미 데이터로 문제해결을 주도하는 인력의 소프트 스킬에 대한 강조가 이루어지고 있던 것이다.

  8개월 전에 류 교수님을 뵙고, 사업 계획과 유학 계획에 대해 털어놓았을 때 교수님은 영 못 미더운 듯 나를 쳐다보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느 쪽이든 막연한 넋두리처럼 체계적이지 못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2년 전 대학 수업에서 받았던 인상에 대한 추억담은 여러 명의 교육대학생을 가르쳤던 교수님보단 아무래도 나만 가지고 있는 추억인 듯했다. 나름 미래학 포럼에도 초대받아 인상깊게 자료를 봤던 기억도 있는데 말이다. 교수님 입장에선 뜬금없이 나타나 쓸데없는 소리나 늘어놓은 엉뚱한 손님이었을 수밖에 없으리라.

  어쨌든 그때 교수님은 교대를 나와 해외유학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학생에 대해서 이야기했고(그 학생은 나보다 많이 후배였다),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해 '하드 스킬'의 시대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더해 "자네는 하드 스킬 쪽인 것 같네"라고 해서 나는 "엥, 저 완전히 소프트 스킬 쪽인데요"라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사람을 매료시키는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소프트 스킬을 봤을 때 내가 영 소프트 스킬을 발휘하지 못한 모양이다. 나 그렇게 코딩 스킬 배양과 컴퓨터과학 지식 공부에 열중하지 않았는데....

  잡담으로 교수님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군사 AI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놓친 부분이 있다. 나는 작전 중 정보처리와 결심의 영역에 있어서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된 인공지능의 역할이 대부분을 대체했기 때문에 앞으로 작전•전술 수행은 인공지능의 영역이 될 거라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생각한 것이다. 

  비록 19세기의 군사학자지만 클라우제비츠는 전쟁과 군사 문제에 보편적 통찰을 제공하는데, 그는 전쟁의 삼각형으로 이성과 우연성, 감성을 제시했다. 군은 대표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 부문 중 우연성 꼭지점에서 전장의 마찰을 견디며 주어진 군사 분야의 기능을 수행해 적 전투력을 소멸시키는 것이 그 역할이다. 비록 고도화된 인공지능망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전장의 마찰과 안개를 상당부분 걷어주겠지만 시시각각 상황과 조건이 변하는 전장에서 우연성 부분은 완전히 없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어쩔 수 없는 우연성의 현장에서 소프트 스킬을 발휘하여 현장과 정보를 관통하는 통찰을 발휘하고 적을 압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영역인 것이다. 이는 교수님이 강조한 소프트 스킬 이론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군대에서 장교 양성 과정을 거치며 접한 성장의 과정도, 클라우제비츠 군사학에서 말하는 '군사적 천재'도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한다는 소프트 스킬과 맞닿는 부분이 있었다.

  류청산 교수님과의 만남은 언제나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주제이다. 단순 코딩, 프로그램 구현의 상당부분이 이미 인공지능으로 넘어오고 있다. 하드 스킬의 영역은 이제 인간이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소프트 스킬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아직도 나에게 깊이 남아있다. 컴퓨터과학과에 편입해 전공 저변을 축적하고 있지만, 30대 늦은 나이에 이 분야에 들어온 만큼 내가 코더로서의 경쟁력을 쌓기 위해 전공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만큼은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내 나름의 통찰을 얻기 위함이었고, 그렇게 시작한 공부가 인공지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나의 소프트 스킬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고 난 나의 공부를 정당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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