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랑 비교하지 말고 과거의 자신하고만 비교하라는 말은 헛소리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병폐는 지나치게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소모시키는 데 있다. 이것이 집단정신병처럼 되어 사회 전체의 활력이 꺾이고 지속가능성을 잃는 '사회적 차원의 집단자살'로까지 치닫고 있다. 개인의 삶 한 요소 한 요소를 일일이 다 남과 비교해가며 그보다 못하다고 불행을 느끼는 것도 정신병이지만 그렇다고 현자연하며 '왜 남과 비교하며 사느냐'고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이들을 보면 속 깊이 뒤틀림이 느껴진다. 우리 사회가 남과 비교하는 정신병에 고통받는 것은 그들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구조적 비극성 때문에 있음에도 당장 자신이 그보다 덜한 것 같다고 그걸 당장 남을 깔보는데 편리하게 쓰는 천박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랄까.

  남이랑 비교하지 말고 과거의 자신하고만 비교하라는 말은 헛소리다.

  물론 과거의 자신과 비교해서 내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발전했는지, 그 과정에서 감사해야 할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되돌아보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것은 권장받고 지지받아야 할 일이 맞다. 그것은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남이랑 비교하지 말고 과거의 자신하고만 비교하라'고?

  입시 경쟁을 하든, 구직 경쟁을 하든, 짝짓기 경쟁을 하든 본질은 다 남이랑 비교하고 경쟁해서 이기는 거다. 10년 전의 나랑 경쟁하고, 1년 전의 나랑 경쟁하고, 어제의 나랑 경쟁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사람들이 미쳐있는 건 제 나름의 정당한 이유로 미쳐버린 것이다. 이걸 가지고 '네가 어리석어서 그래 쯧쯧쯧 남이랑 비교하지 말며 살면 될 것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천박성이라 생각한다. 당장 100명의 구직자가 한 개의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장에서 '나는 저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야. 어제의 나와 경쟁할 뿐이야'라고 백날 정신승리 해봤자 나머지 99명 못 이기면 일자리 못 구한다. 아니, 나머지 99명을 이긴다 하더라도 그 일자리의 요구를 맞추지 못한다면 그조차 오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남에게 이기는 게 중요한 세상인 건 맞다. 그러다 보니 똑똑한 한국 사람들이 독하게 미쳐버렸다. 남과 경쟁하여 이기지 못하면 유용한 자원을 획득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그게 다 남과 비교하며 살아 그렇습니다. 잘못된 의식을 바꾸세요'라고 하는 건 또 다른 가해나 다름이 없다. 속 편한 소리로 대충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라는 소리다. 무슨 남이랑 비교를 하지 말긴 뭘 하지 마. 할 만 하니까 하는 거다. 사람들이 다 바보라 남이랑 비교하며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물론 좀 병적으로 유난한 감이 없지는 않다). 다만, 그것이 사회 전체와 구성원들을 지나치게 갉아먹지 못하고 삶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균형적 사고가 무엇인지, 어떻게 긴 삶을 두고 건강한 경쟁을 지속할 수 있게 할지, 굳이 이런 것까지 쓸데 없이 비교하며 다투고 경쟁할 필요가 있나 싶은 것을 적절히 짚어 분별할 수 있게 할지, 지나치게 소모적인 경쟁은 적절히 우회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어떻게 서로가 스스로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p.s. 개인적으로는 피터 틸이 제로투원에서 말한 것처럼 경쟁 그 자체에 매몰되는 것은 루저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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