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후기
오늘로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났다. 이제 컴퓨터과학과에 편입한지 정확히 네 학기가 끝났다. 이번 학기는 처음으로 전체 학비를 장학금으로 보전받은 학기이기도 했다.
작년을 컴퓨터과학과 '예과'로 쳤다면, 올해는 '본과'였다. 작년에 들었단 과목들 상당 부분을 다시 들었고, 작년에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과목들을 다시 듣고 거칠게나마 윤곽을 잡았다. 학습은 반복이라더니, 뭔말인지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던 수업들도 물고 늘어지니 길이 보였다. 두번째 시도에서도 불만족스러웠다면 세번째, 네번째 시도를 하면 된다. 나는 이제 작은 실패에도 크게 주눅드는 청소년이 아니다. 30대 중반이고 곧 후반을 향해 달려간다. 인생에 굵직한 사건도 많았어서 한두번 대충 집적거려봤는데 잘 안 된다고 칭얼대기엔 이제 너무 어른이다.
올해 목표한 것을 이룬 부분도 있지만 이루지 못한 부분도 있다. 전 과목 A+를 달성하지 못한 것도 매우 아쉽지만, 본격적인 개발 드라이브에 나서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아직까지도 난 그냥 컴퓨터과학 학습자일 뿐이다. 스레드나 유튜브를 보면 비전공 노코딩으로 큰돈을 버는 사업가들도 많은 것 같지만, 난 아직 프로덕트 엔지니어, 인디 해커로 진화하지 못한 컴퓨터과학과 4학년이다.
7과목을 전부 전공과목으로 채웠다. 3학년 편입 이래로 모든 과목은 다 전공과목이었다. 교양에 대해 딱히 부족함을 느끼지도 않고, 컴퓨터과학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높여야 된다는 조급함이 앞섰기 때문에 항상 전공과목만 채워 들었고 이해가 되든 안 되든 일단 강의를 듣고 시간을 보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일단 풍월이라도 읊으려면 서당개 3년이 되어야겠다 뭐 이런 명제의 역을 적용한 것 같은 접근이었다.
내가 약한 부분은 머신러닝, 딥러닝이었다. 머신러닝, 딥러닝 과목 자체도 그랬지만 오픈소스 데이터 분석이나 빅데이터의 이해와 활용 같은 과목에서 머신러닝•딥러닝과 관련된 내용이 간접적으로 출제되는 내용에서도 그랬다. 내가 아직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감지됐다. 그래도 대학교 수학을 한 차례 훑고 전공 저변을 확대하다 보니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이 잘 되고 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변방에서부터 중심을 포위한다는 전략이 학습 전략이 되었다.
안 되는 부분은 다시 시도하면 된다. 문제는 내가 그 과정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고, 그걸 학점에 대한 자기만족이 아니라 실질적인 역량으로 전환할 수 있게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머신러닝, 딥러닝은 요즘 시대에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라 피해갈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어쩌면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교재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2년의 대학과정을 공부한 건가 생각이 들 정도다. 교사들이 머신러닝 기초도 모른다고 조롱한 얄미운 지인 동생이 있는데, 당장 코를 납작하게 해주지 못하게 됐다는게 좀 약오를 뿐이다.
한 해의 모든 성취를 연말까지로 미루다 보면, 연말이 부담스러워질 때가 있다. 사실 이번 기말고사가 그랬다. 그래도 시간을 아주 헛되이 쓰지만은 않았다고 위로해보면서 내년의 전투들을 생각해본다. 풍월을 읊는데 서당개 3년이라는데, 아직까진 서당개 2년이니 1년 남았다고 위로해보면서.
p.s. 라고 글 썼는데 왜 졸업학점이 다 채워진 거지... 유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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