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코딩교육에 관한 생각
코딩교육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은 몇 년 전부터 있었다. 사실 나조차 작년에 컴퓨터과학과에 막 편입한 저경력 학습자라 교육정책을 어떻게 펼쳐야 한다고 운운하기엔 무리가 많다. 일단 본인부터 잘하고 봐야한달까. 내가 신규교사였던 2017~2018년엔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며, 2020년에는 코로나 비대면으로 인한 대대적 디지털 대전환, 지금은 AI 대전환을 내세우며 '한국 코딩교육 이대로 괜찮은가'라며 꾸준히 레퍼토리가 반복되고 있다.
한국 코딩교육의 현실은 교사 부족, 부족한 수업시수, 교사의 정보교과 전문성 미비 등 여러 문제가 있는 것 같다. 2015 개정 교육과정 기준으로 나 같은 문외한이 실과시간에 애들 컴퓨터실 앉혀놓고 대충 17차시 엔트리 돌리는 걸로 끝나는 게 한국 코딩교육의 현실이었다. 분명 경인교대에서도 스크래치 같은 걸 대충이나마 배웠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나 싶은데 그걸 학생들이 그대로 겪고 있는 셈. 사실 스크래치 기억도 안 나는데, 6학년 실과 시간에 엔트리 진도 훑고 지나간 학생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블록코딩 툴의 명령어 전개를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예전부터 다른 선진국 국가의 코딩교육 차시와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코딩교육 차시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나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문해력과 사고력이지 코딩교육을 몇 시간 듣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설프게 코딩 유행을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생산적이고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스로 컴퓨터과학을 공부하게 되고 시기도 2025년에 이르게 되니 예전의 입장에서 좀 변화가 왔달까.
코딩교육은 수학교육과 국어교육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교과를 중첩하여 다교과적 종합 지도를 하는 초등교사의 입장에서는 코딩교육이 기존 교과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교과로서, 또는 융합교과로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수학교육을 정상화하고 강화하는 것을 넘어서는 코딩교육만의 가치가 있다는 입장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코딩에는 수학적 사고능력이 필요하지만, 수학 교과에서 다루는 수학적 문제의식을 어떻게 실천적으로 적용할 것인가는 결국 코딩을 직접적으로 실습해 체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과정은 문제풀이를 통해 서열을 매기지만 그에 비해 실질적인 연습과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는데, 글쓰기 교육이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도구 교과로서의 국어를 지탱하는 수많은 핵심 개념들과 기능들이 있지만 이를 체계적인 글쓰기 지도로 적용하는 충분한 연습과 훈련은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딩을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의 지적 능력을 한 차원 올림과 동시에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 지도의 영역으로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툴에 대한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스스로 컴퓨터과학과에 편입해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지만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어렵지만, 더욱 더 많은 학생들이 인공지능과 밀접한 삶을 살 것이고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지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옆나라에 일본, 중국이 있다보니 자주 비교가 되는데, 미국을 위협하는 제조업 국가가 된 중국은 이미 AI 교육 백서를 만들어 초등학생은 머신러닝 기초, 중학생은 알고리즘과 데이터 처리, 고등학생은 딥러닝을 배우게 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한국 교육환경은 누가 '좌빨'인지, 누가 '뉴라이트', '리박스쿨'인지 서로 손가락질하며 소모적 논쟁에 빠져 멸망전으로 치닫는 추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유독 '문식성', '문해력'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어떤 영역에 대해 읽고 이해하는 능력 전반을 가리키는 말이다.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는 것이 그 전에 글을 못 읽던 때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듯이, 우리 문명 전반을 장악하고 여러 분야에 작용하는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느냐는 이전 농경시대와 산업시대에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비싼 사교육의 보조 없이도 우리가 지적인 세계, 더 넓은 세계와 통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은 갖추게 해야 한다. 비싼 글쓰기 지도, 수학 문제풀이 교육을 제공하는 사교육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그러나 직접 그와 같은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능력을 숙달하고 수학 개념들을 적절히 이해한다면 스스로 학습하여 더 높은 단계로 비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학습 의지와 능동적인 태도를 발전시켜 알아서 학습 자료를 찾아보며 열심히 자습해 높은 수준의 학업 능력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
공교육은 미사여구를 앞세워 생색내기를 하라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 미래의 자유 시민들이 그러한 실질적 역량을 갖추기 위한 기본 훈련을 받는 곳이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문명의 전환에 맞춰 코딩과 인공지능 또한 공교육에서 중요한 소재로서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https://www.spri.kr/posts/view/3309?code=column
https://www.whitehouse.gov/articles/2025/09/major-organizations-commit-to-supporting-ai-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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