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로그 3기로부터 배운 것 리뷰

  호기롭게 방송대 사이트에서 그로스로그 홍보글을 찾아 가입을 결심한 게 올해 2월이었다. 방송대 사이트를 여간해서 찾지 않는 내게 처음 노출된 홍보 게시글이 그로스로그가 아니라 다른 컴퓨터과학과 학내 동아리(또는 스터디)였다면 나는 그곳에 가입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스로그 팀은 너무 솔직해서 도발적이기까지 한 내 천진난만한 말에 그리 유쾌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로스로그란 모임은 특이했다. 이곳은 방송대라는 국영 원격대학 학습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이었다. 분명히 학내 동아리, 스터디라고 했는데 어딘가 스타트업 일반기업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그로스로그 대표인 회장님은 뭔가 여러 일을 벌여 다양한 것들에 잠재되어 있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 같았다. 사실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이 회장님은 내 짐작을 넘어서는 규모로 큰 일을 기획·추진하는 것 같았다. '사업'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던 내게 이 만남은 뭔가 기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스로그는 운영팀, 홍보팀, 개발팀, 학사팀이라는 네 가지 팀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개발자로서 훈련을 받고 싶어 개발팀을 지원했지만, 개발자 경험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개발팀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아무래도 운영팀 희망자가 적어 회장님은 운영팀에 더 많은 사람이 지원하는 걸 원하는 것 같았고, 규모 있게 어떤 일을 추진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것에 있어 경륜이 부족한 내게 운영팀이야말로 배울 것이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운영팀을 지원하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운영팀에서 굉장히 많은 일에 참여해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운영팀 활동에 충분히 열심히 참여하진 못했다. 아무래도 집과 그로스로그 활동 중심지가 멀기도 하고, 내가 사정상 그로스로그에만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데서 회장님을 관찰하고 커뮤니티 리더들이(특히 운영팀 커뮤니티 리더님) 어떻게 조직 운영을 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었던 점은 한 학기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 봤을 때 큰 소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리고 교사 노동조합 활동에도 참여하고 군 간부 경험에 대학생 시절엔 동아리 운영도 해본 적도 있지만 무언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늘 서툴고 어렵다. '운영'이라는 것엔 자질구레한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과 세심한 준비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처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선 수많은 모델이 존재한다. 

  장교후보생이나 장교이던 시절엔 이러한 것들을 군인 리더십의 관점에서 바라봤었다. 역할 모델은 추상적 원칙들을 구체적 맥락에서 재생하여 자신을 이입해 교훈을 극대화하는 데 기능을 발휘한다. 군사학은 술(art)에 속하는 경험 기술이라 역할 모델을 통해 추상적 원칙들을 체현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그로스로그의 회장님과 커뮤니티 리더들은 나에게 하나의 팀 모델로서 조직 일반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큰 교육적 효과를 발휘했다 생각한다. 충분히 하나가 되어 깊이 참여하진 못했지만, 그 분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앞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교사 연구모임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또 언젠가 나만의 사업체를 꾸리는데 있어서 늘 그때그때 주먹구구 식으로 대충 일하는 스스로를 반성하고 고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획득했다고나 할까.

  지나고 보니 아쉬운 점이 많다. 욕심도 많고 꿈도 크고 그에 맞는 기회의 무대가 누군가에 의해 딱 마련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를 충분히 활용하고 이용할 수 있는 스스로의 준비가 부족했다. 어느덧 2025년도 반이 지났고 컴퓨터과학과 한 학기도 끝나 4학년이 되었다. 나이는 먹어가고, 잘해나가고 있는건지 자신감은 떨어져만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동을 멈출 수 없는 부대처럼. 그리고 자괴감과 후회에 빠져 주저 앉을 수 없이 다음 전투와 임무로 나아가야 하는 군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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