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후기

 어찌어찌 '제대로 된' 한 학기를 마쳤다.

 그렇게 말해봤자 학점은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했다. 전공 과목 여섯 개를 들었고 그중 A0 이상을 받은 건 세 과목 뿐이다. 작년에 20개 과목을 닥치는대로 듣는 '예과 과정'을 가진 것으로 하고 올해부터 제대로 학점을 따보겠다는 각오였지만 작년에 비해 나아진 건 제때 강의를 듣고 과제를 제출했다 정도니 성실성이 부족했다는 총평을 내릴 수밖에 없겠다.

 학교 공부보다는 그로스로그를 통해 배운 게 많았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주로 주변 교사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던 한계를 넘을 수 있었다. 그리고 컴퓨터과학에 처음 입문하는 초심자로서 비교적 오래 개발 분야에 몸 담은 분들로부터 스터디에서부터 개발 격려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어쨌든 이번 한 학기 동안 배운 것이 작년 내내 배운 것보다 많았다고 자평하고 싶다.

  아무래도 이제 막 만 8년을 채우는 교사로서는 교육학 이론으로밖에 이 소감을 표현할 수밖에 없겠다. 대단한 건 아니고, 근접발달영역에서 계속 유효한 비계를 제공해주는 비고츠키적 학습 공동체였달까. 아직 나의 학습 적극성이 그리 높지 않아 결과를 극대화하진 못했지만, 다양한 경력의 여러 학우들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고 압도되었다. 당연히 사람의 삶은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한정된 우물 안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당연함을 제대로 체인하지 못하고 살아왔달까.

  올해 안엔 무조건 스타트업을 론칭하겠다고 큰 소리를 뻥뻥 쳤는데, 어느덧 한 학기는 끝났고 2025년도 반은 지나가 버렸다. 프로젝트도 기세 좋게 참여한다고 했지만 말만 앞서고 아무것도 안한 상태다.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컴퓨터과학 필드에서의 내 여정이 어떤 모습을 하고 제대로 출범하느냐가 결정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동안 이 공간에 내 비전과 각오에 대한 여러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거창한 말을 늘어놓을 뿐, 구체적 실천이 빠져 공허할 뿐이다. 어떻게 창업해 돈을 벌겠다는 건가, 이 분야에서 학업을 더해 교수라도 하겠다는 건가, 어떤 분야를 더 깊이 팔지 제대로 방향성을 잡기는 한 건가, 집중해서 돌파해야 할 전략적 방향이 일관되긴 한 건가. 뭐 이런 압박들이 밀려오고 있다.

  작년에 포기 안 하고 지금까지 하고 있는게 어디인가, 그래도 뭐라도 해보겠다고 발버둥 치고 있는게 어디인가 하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 다가오는 일들을 쳐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뚝심이 중요하다던 엊그제 만난 학우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오늘 24세의 창업 8년차 특목고 자퇴한 창업가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아홉살 때부터 코딩을 독학했다고 한다. 초등학생일 때 gemt툴로 게임 에디터를 만들며 rpg만들기 툴로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던 34세 창업 0년차 교사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아홉살 때부터 코딩을 독학하진 않았지만 발전된 AI로 격차를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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