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북스 2: 스타트업 서바이벌
'일확천금을 하러 왔다', '재벌이 되겠다'는 말(정신 나간)을 밀고 다닌 지 어언 1년 반, 그로스로그 파이브북스의 두 번째 책은 '스타트업 서바이벌'로 정해졌다. 이 책은 창업이라는 말이 가지는 막연한 낭만과 기대를 깨고, 그 이면에 놓인 피 말리는 현실과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전술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책이다. 이은영 대표는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무수히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며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자라면 반드시 맞닥뜨리게 될 현실적인 문제들을 냉정하게 그려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단순히 '창업'이 아니라, '창업자'라는 인간이 부딪히는 실존적 과업("리더란 고독한 것이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책은 전체적으로 창업자의 '살아남는 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투자받는 법이나 좋은 팀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업자가 겪는 감정적 동요, 자기 확신의 결핍, 동료와의 신뢰 문제, 예상치 못한 시장 반응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숨김없이 다룬다. 이은영 대표는 창업을 '영광의 여정'이라기보다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애로들이 크게 수반되는 '의심과 불안,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고독의 연속'으로 묘사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책의 진정성을 느꼈다. 실제로 많은 창업 관련 책들은 성공한 사례만을 전시하며 창업을 과도하게 미화하지만, 이 책은 실패를 직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결정하지 않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다'라는 구절이다. 스타트업 환경은 불확실성의 연속이고, 창업자는 그 안에서 누구보다 먼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결정은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은영 대표는 이 상황을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완벽한 정보란 없으며, 불완전한 조건 속에서도 책임 있게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진짜 창업자의 자세라고 말이다. 이 말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 내용은 장교로 군 복무를 하며 배웠던 '전장의 마찰', '전장의 안개' 개념을 떠올리고, 불완전한 정보 위에서 책임 있는 선택을 내려야 하는 지휘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때때로 지나치게 완벽을 기하려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떠올렸고,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움직임 자체가 생존'이라는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교훈을 되새기게 했다.
'스타트업 서바이벌'은 나같은 풋내기를 위한 창업 부트캠프 지침서 같다. 책 전체에 걸쳐 이은영 대표는 실명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각 장마다 생존을 위한 실전 가이드를 제시한다. 이것은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창업 생존 훈련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조직 내에서의 갈등, 투자자와의 관계, 시장에서의 외면, 내부 피로감, 창업자의 자존감 추락 등 실제 스타트업 운영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반복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공감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의 모습을 점검하게 만든다.
나 역시 교육과 기술, 정책과 정치가 교차하는 회색 지대에서 창업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단순한 참고서가 아니라 일종의 자기 점검표와 같았다. 특히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공공성과 연결하려는 내 시도는 시장에서의 냉혹함과 늘 마주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치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창업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은 하나의 문제의식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요함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서바이벌'은 나에게 그 방향을 점검하고 정제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
결국 이 책은 생존의 기술을 넘어, 창업이라는 행위에 담긴 철학을 되묻게 만든다. "당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 "그걸 위해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 그리고 "누구와 함께 가고 싶으냐"는 질문은 단순히 사업의 성공을 넘어 삶의 태도와 연결된다. 이 책을 읽고 이은영 대표에 대해 따로 검색도 해봤는데 나와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아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스타트업 서바이벌'은 실패하지 않기 위한 책이 아니다. 실패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태도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점이야말로, 이 책이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반드시 권해야 할 이유다.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