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다시 만난 강지훈 교수님

남들보다 빨리 쓴다고 AI 잘 쓰는 게 아니에요 | 드류 벤트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그로스로그 행사로 1년 만에 강지훈 교수님을 또 만났다. 그로스로그를 아직까지 하고 있을 줄도 몰랐지만, 내가 1년 동안 이렇게나 발전이 없을 줄도 몰랐다. 영 발전이 없었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깍뚜기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어쨌든 임베디드 팀으로 참여해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에서 우승도 했고, 컴퓨터과학과는 어느새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기는 하니까. 하지만 나는 이맘때 내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사업체를 적극적으로 굴릴 능력이 생길 거라고 막연히 꿈꾸고 있었으니, 현실에 비해 욕심이 과도했던 것이리라.

작년 교수님 특강의 주제가 '개발자가 나아갈 길'이었다면 올해 교수님 특강의 주제는 'AI 시대 코더와 디벨로퍼'였다. 사실 특강 주제는 같은 문제의식 위에 있었다. 작년의 교수님이 워해머 얘기를 해주며 자기에게 필요한 것 위주로 공부하면 되고 어차피 학과공부로 배운 거는 까먹기 마련이니 일단 학점을 따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했는데, 그 말씀이 굉장히 큰 위로가 되었다. 뗏목 하나에 망망대해로 밀려 온 심정이라 너무 방대한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의 세계에 뭘 해야하는지 막연하기만 할 뿐이었는데, 자기가 주체성을 가지고 방향을 정해 필요한 것 위주로 공부해나가다 보면 자신 나름의 전문성이 생긴다는 교수님의 조언은 일단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주는 메시지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1년 동안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도로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한 만큼, 특강의 내용이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작년의 교수님은 '인공지능이 결코 초보 개발자의 경쟁자가 아니다'라 말씀하셨지만 올해의 교수님은 AI가 얼마나 엄청난 도구인지, 그 도구를 활용하기 위해 컴퓨터과학과의 기본기가 왜 중요한지, AI가 어떻게 기존까지 인력이 담당했던 인지적 부하를 대신하여 프로젝트 단위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기획, 설계, 구현, 테스트, 배포, 운영을 한꺼번에 통합하여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막강한 추상화 도구인지 말씀하셨다. 

나는 사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어느 정도는 읽고 있었다. 그러니 코딩이랑 전혀 관련 없는 세상에서 살던 내가 30대 중반에 컴퓨터과학과에 들어와 뭘 해보겠다고 출사표를 내밀 수 있던 것이다. 반면, 오래 전부터 이 세계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에겐 꽤나 당혹스러운 세상의 변화였으리라 생각한다.

작년 나는 특강이 끝나고 강지훈 교수님께 따로 메일을 보내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고 실습을 해야 '개발자로 전직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쭤봤다. 진짜 개발자로 전직하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은 모든 능력을 서열 중심으로 보는 지극히 한국스러운 내가 '어떻게 하면 개발을 잘할 수 있느냐'를 묻는 방식이었다. 사실 인공지능 시대엔 이런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문제가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테니 말이다. 

어쨌든 교수님은 그때 블로그나 교재의 다양한 예제를 실습해서 문법을 익히라는 식으로 조언을 해주셨는데 이번 특강에선 그런 식으로 개발자가 훈련받는 시대가 거의 끝났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 언어를 잘 다룬다는 것은 메리트가 되지도 않고, 인공지능이 그 분야(문법과 명령어의 암기 같은)의 인지 부하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능동적이지도 부지런하지도 않은 학습자인 나로선 어디까지나 '의문의 1승'을 거둔 것 같달까.

앞으로도 교수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이 많다. 교수님과 나이 차이도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은데 같은 교육자(대학교수와 초등교사라는 학교급의 차이가 있지만)로서의 문제 의식, 어떻게 하면 적극적인 학습자로서 인공지능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이란 증폭 기구로 창업과 교육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기존의 문제들을 어떻게 재편할 수 있을지 공유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이번에 구글 스터디 잼도 신청했는데 학업과는 별개로(당연히 학점은 매우 잘 받아야 하고) 어떻게 게으른 나를 채찍질 해 새로운 시대의 문제해결자로 거듭나게 할 것인지가 이번 연도의 과제가 될 것이다. 

창업의 길과 조지아텍으로의 길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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