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무기가 된다는 것, 생각이 무기가 된다는 것



  나는 언제나 철학을 무기로 삼아 삶의 문제들을 헤쳐 나오고자 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규정한 나 자신만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내가 철학에 본격적으로 빠져든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깊은 사색 속에 도달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정교하게 언어로 체계화하면 인간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데 큰 감동을 받았다. 생각은 중요하지 않고 행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만 생각이 길어져도 매서운 질타가 이어지는 문화적 환경 속에서, 사상과 아이디어가 힘을 갖는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생각이 무기가 되고 사상이 무기가 된다는 것은 비교적 내가 어릴 때부터 나를 움직이는 엔진이었다.
  철학은 질문하는 방식이자 그 질문에 맞는 프레임워크를 찾는 것을 알려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야마구치 슈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대표적인 서양 철학 몇 가지가 어떤 사고의 도구를 제공하는지를 매력적으로 소개했다. 원래 얄팍하게 철학을 자기계발로 전용(轉用)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철학의 추상적인 아이디어들이 어떤 실천력을 잠재하고 있는 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데 있어서 이만한 다이제스트 서적도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독서회를 통해 인간의 문제를 인문 고전에 토대를 둔 배경 지식과 철학자의 문제 의식을 통해 접근했던 것과도 맞닿는 데가 많다.
  미 지휘참모대학에서 공부한 김태형 중령(지금 계급은 뭔지 모르겠다, 육사 60기로 한국군 역사상 다섯번째 샘스[SAMS] 졸업자라 한다)의 '이기는 생각', '생각의 무기'는 철학과 경영학, 심리학의 기본 도구들을 군사학의 문제 의식과 결합해 전략·작전술·전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텍스트다. '5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군사 혁신'을 키워드로 하는 이 두 텍스트는 불확실성, 마찰, 폭력 등과 같은 전쟁의 본질을 바탕으로 하여 군사학의 프레임워크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통섭하고, 작전술의 진화를 보여주는 전쟁사를 추적하여 미 육군의 디자인 방법론에 따라 한국군을 위한 새로운 작전술의 방향을 제시한다. 
  요약하자면 앞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철학이라는 프레임워크로 아이디어가 어떻게 우리 삶의 문제를 이겨내는 무기가 되는지를 다룬다면, '이기는 생각'과 '생각의 무기'는 아예 전쟁학, 군사학의 프레임워크로 아이디어가 어떻게 이기는 무기가 될 수 있는 지를 다루는 것이다. 공통점은 아이디어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몸집이 작았던 나는 아이디어의 세계에 침잠해 아이디어가 어떻게 상대방을 제압하고 이기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가 어떻게 주변의 조건을 제압하고 내 몸을 일으킬 수 있는 수단이 되는 지에 많은 지적 에너지를 쏟았던 것 같다.
  그것은 중학생 시절엔 삼국지연의와 일본 전국시대, 제자백가와 군주론의 세계에 빠져 있던 것으로, 고등학생·교대생일 시절엔 온갖 철학 책에 탐닉하던 것으로, 이후 사관후보생이 된 이후에는 드라마 '언덕 위의 구름'에 나오는 아키야마 사네유키처럼 '손자병법', '육도', '삼략', '전쟁론'에서 육군의 전술 교범에 이르기까지 병법과 작전에 관한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찾아 읽는 모습으로 나타냈다. 특히 장교 임관 후의 나는 군(軍)과 전쟁을 이해하고 전술가의 사고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했다. 원칙과 달리 시시각각 변하고 요동치는 교실 현장의 불안정성, 무규칙성은 불확실성 자체를 어쩔 수 없는 조건으로 수용하면서도. 원칙·교리로서의 병법과 실천의 술(術)은 다를 수 있음을 제안하는 군사적 전문성이 교사의 전문성과 맞닿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교사가 되고 나서 공허한 교육학 이론보다 군사 쪽 이야기에 더 빠져든 부분도 있었다.  
  결국 아이디어가 무기가 된다는 발상, 아이디어로 조건과 경쟁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지적 편력은 컴퓨터과학에 도달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과학을 군사 문제에 접목시킨 팔란티어를 사례로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추상적인 알고리즘과 구조가 새로운 서비스와 생태계로 구현되어 수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것은 IT의 기반이 되는 컴퓨터과학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아이디어의 운용 방식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아이디어로 세상을 이해하고 대처하려 한 내 오랜 지적 시도와 맞닿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했다.
  철학이 무기가 된다는 것, 생각이 무기가 된다는 것. 그것은 코드가 무기가 되고 알고리즘이 무기가 되는 것, 여러 레이어가 통합•연동되는 프로덕트와 서비스가 삶의 무기가 되는 것으로 전이될 수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와 새로운 IT 서비스, 인공지능 대전환은 지금도 최전선에서 세상을 가장 큰 규모로 바꾸고 있는 영역이다. 나 자신이 반복적으로 시도해왔고 스스로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무기가 되는 생각, 무기가 되는 사상이란 주제는 30대 중반에서 접어든 컴퓨터과학의 영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실현될 여지가 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Comments